
지옥에서 돌아온 사나이
성 희 직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막장
저만큼에서 다가오는 저승사자의 발걸음 소리
“어차피 우린 죽더라도 남은 가족은 살아야 해!”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치면서 도끼를 움켜쥐고는
갱목껍질 벗기고서 석탄 조각으로 유언을 쓴다.
‘우리 가족들에게 2억씩 줘라’
자꾸만 밀려드는 죽탄더미에 파묻혀
하나둘 셋··· 눈앞에서 죽어가던 동료들
견뎌내기 어려운 갈증엔 오줌을 받아 마셔가며
하루 이틀 사흘 하고도 열아홉 시간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 꿈결처럼 들리던 목소리
“찾았다, 여기 한 사람 살아 있다!”
지옥에서, 저승에서 살아나왔다며
다음날 신문에는 ‘인간승리 광부 여종업’
인간승리라고? 세상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도끼로 깎은 갱목에다 유언을 쓰고
주검이 된 동료 곁에서 며칠을 견뎌낸 광부...
그런 막장으로 날마다 들어가는 광부들의 심정을.
*여종업 : 태백시 한보탄광 광부. 1993년 8월 13일 갱내 ‘물통사고’로 함께 갇혀 있던 동료 5명은 숨지고 극적으로 혼자 구조됨.